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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이 바꾼 청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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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뾰로롱 작성일18-04-17 21:10 조회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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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한 청년수당 정책 효과를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청년수당은 청년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3월과 5월 두 차례 대상자를 모집한다.

“치킨 먹어도 되나요?” 지난해 청년수당 사업을 담당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부분의 곳에서 써도 된다고 답하자 다시 물었다. “프라이드가 아니라 (더 비싼) 양념통닭을 먹어도 될까요?” 2017년 청년수당을 받은 서울시 청년 5000여 명은 6개월 동안 자주 ‘고민’에 빠졌다. 한 달 동안 손에 쥔 돈은 50만원. 유흥비 등으로 지원금을 탕진할 거라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청년들의 ‘자기 검열’망은 촘촘했다.

“면접 보러 가는데 항상 대여를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블라우스 같은 것을 사두면 편리할 것 같아 구매할 때 조금 고민을 하긴 했는데 사지기에(결제가 되기에) 샀습니다.” “영업 관리에 관심이 있는데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확률이 큰데 면허가 없었어요. 면허학원에 써도 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취업 관련된 자격증이면 다 된다던 게 기억이 나서 쓰긴 썼는데 고민을 조금 했어요.” “운동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어서 아직도 고민하고 못 쓰고 있어요.”(청년수당 참여자들의 면접 내용 중)

ⓒ연합뉴스 2016년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했지만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정책이 중단되었다. 아래는 당시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린 현수막.

지난해 서울시는 만 19~29세의 ‘구직활동 및 사회참여 의지가 있는’ 서울시에 사는 미취업 청년 5000여 명에게 한 달 50만원씩 최장 6개월을 지원했다.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청년수당의 서울시 모델이 본격 시행된 첫해였다. 2016년에도 수당을 지원했지만 지급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정책이 중단된 바 있다.

청년수당이 온전히 시행된 지난해의 결과가 최근 보고서로 정리돼 나왔다. 청년수당을 비롯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의 정책 효과를 점검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 보고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를 비롯한 연구팀은 청년수당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3차(사업 개시 2개월, 4개월, 6개월 후)에 걸쳐 설문조사를 벌였고(전체의 79.5%가 설문에 응했다), 두 차례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보고서를 통해 청년수당이 청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실제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1> <표 2> 참조). 지원금이 자신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98.5%로 높게 나왔다. 구체적인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생활비(식비·교통비·통신비·공과금·주거비 등)가 41.4%로 가장 높았고, 취업과 관련된 직접비용(학원비·취업 상담비·교재비 등)이 36.9%, 구직 관련 비용(사진 촬영비·응시료·면접 관련 숙박비·교통비 등)이 11.2%, 간접비용(모임·공동 활동 비용)이 8.1%였다. 지출 내역과 그 비중을 통해 구직자의 일상을 가늠할 수 있다(아래 <표 3> 참조).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수당 홍보 포스터에 ‘청년에게 시간을 드립니다’라고 썼다. 지원금을 통해 청년에게 구직과 진로 모색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정책 취지를 드러낸 문구였다. 실제 청년수당으로 생활비 등을 충당한 청년들이 가장 체감한 여유는 ‘시간’이었다. 1차 심층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들 대부분이 생활비 충당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지원금을 받은 뒤에는 중단하거나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한 청년수당 참여자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줬다는 느낌이랄까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든 다른 길로 가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주어진 한 달 50만원은 마냥 편한 돈은 아니었다. ‘이 돈을 여기에 써도 될지’ 늘 고심해야 했다. 시작부터 그랬다. 한 참여자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궁금한 건 사용처였어요. 어디에 얼마나 쓸 수 있는지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는 10분 내외였어요. (중략) 카드 긁을 수 있으면 다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여기에서 사용하는 게 맞는 건지, 이분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사용처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설문 응답자의 70.4%도 지원금의 사용 용도에 대해 우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적절한 사용으로 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경험 역시 절반이 넘는 50.3%였다( <표 4> 참조).

서울시는 구직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비용을 청년수당의 사용처로 인정하고 있다. 카드 사용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쓸 수 있지만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특급호텔, 카지노, 안마시술소 등에서는 불가능하다.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불가능해 사실상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은 수당의 쓰임이 사업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데에서 오는 부담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원자들은 매달 쓰는 활동 결과 보고서를 부당한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세금을 쓰는 일이므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용돈이든 버는 돈이든 지출 계획에 대한 생각이 적었는데 지원금의 사용처를 계획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게 되었다는 응답자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50만원이라는 돈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설계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층 면접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특히 망설였던 부분은 술과 자산이 되는 물품(태블릿 PC, 컴퓨터 등)의 구매, 운동을 위한 비용 지출 등이었다. 음주의 경우 비용을 제한하는 선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과 세금이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스포츠 분야 취업 희망자의 경우 몸 관리가 필요하지만 사치로 인식될까 우려했다. 그럼에도 쓰는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지금의 방식에는 대부분 찬성했다.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방식이 ‘매우 적절하다’는 의견과(43.1%), ‘적절한 편’이라는 의견(50.1%)이 전체의 93.2%를 차지했다(<표 5> 참조).

ⓒ연합뉴스 스포츠 분야 지망생은 몸 관리가 필요하지만 사치로 인식될까 우려했다. 위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처음부터 엄격한 기준을 세운 사람도 있었다. 한 참여자는 “처음에 딱 정했어요. 아무 말 안 나오게 책이나 교육기관에 가는 것만 쓰자. 그래서 책이나 자격증 시험, 인강(인터넷 강의) 딱 세 개만 썼거든요”라고 말했다. 사용처를 고민하느라 소비가 위축된 경험도 있다. “하고 싶은 게 공연예술 쪽이라 공연 관람 비용으로도 몇 번 썼어요. 처음에 긁을 때 되게 무섭더라고요. 이게 될까 하고. 수당을 받으면서 오히려 공연 보는 횟수가 줄었어요.”

청년들은 청년수당과 같은 현금 지원 이외에 어떤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할까? 설문 응답자들은 어학시험 지원(23.6%), 구직활동 지원(18.5%), 마음건강 자가진단과 상담 지원(18.2%), (주거·금융 등의) 생활 상담(15.5%) 순서로 답했다.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 나온 것은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빠듯하게 병행하는 과정에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년수당 통해 주어진 시간, 무엇으로 채울까

서울시는 청년수당 이외에도 정서 상담, 생활 설계, 직무 역량 강화 등의 비금전적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비율(사업 개시 4개월 시점)은 19.6%에 그쳤지만 만족도는 90%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어슬렁반상회’는 청년들의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 소모임 프로그램이다. 하준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획실장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던 한 참여자가 인상적이었다. 고시원에 살면서 일주일 동안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고 했다. 2주에 한 번 두 시간 수다 떠는 모임에 나와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니트(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무직)’ 상태의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일상의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이 구직 지원 활동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수당을 통해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같이 모색해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청년들은 현금 지원 이외에 어학시험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한 어학원에서 시험을 치는 청년들.

청년수당 참여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정보콸콸’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서울시의 청년 정책이나 지역의 모임 일정 등을 개인에게 문자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복경 연구원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문자에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누군가 나를 위해 정보를 선별해 보내주고 있다는 데서 배려심을 느꼈다는 이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청년수당의 목표가 당장의 취업에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자들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었다. 선발 기준에 대한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서 그런 견해가 드러난다. 2017년 서울시는 경제적 상황(60%), 미취업 기간(40%)을 고려해 참여자를 선발했다. 기존 참여자들은 선발 시 중점을 두어야 할 점으로 경제 상황(7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참가 계획서(15.4%), 미취업 기간(7.7%), 구직 가능성(5.5%)이 그 뒤를 이었다. 구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높게 반영하면 취업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청년수당은 일반적인 일자리 정책과 다르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기도 하다. 양호경 서울시장 정책비서관은 “서울시 청년수당을 두고 일자리 정책인지 복지 정책인지 묻는데, 그 중간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복지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노동 영역에서는 일자리라는 숫자로 바라봤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구직 준비 기간이라는 공백기의 삶을 공공이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가에 대한 고심이 청년수당 정책에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의 취직에 1차 목적이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구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많아졌다. 구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높은 편’이라는 응답이 1차 설문 당시 56.2%에서 67.5%(3차)로 높아졌다. 구직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는 응답은 9.5%에서 5.5%로 떨어졌다(<표 6> 참조). 1차에 비해 3차 설문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한 경우는 전체의 25.3%였다. 부정적 변화는 12.9%로 나타났다.

사회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참여자들에게 동의 여부를 0~10점 사이에서 매기도록 한 결과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1차 6.9점→3차 7.2점)’,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1차 5.7→3차 6.6)’ 등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 7> 참조). 이웃에 대한 신뢰 역시 5.41점에서 5.55점으로 높아졌고 정부 신뢰는 5.85점에서 6.42점으로 늘었다. 서복경 연구원은 “동료 시민(이웃)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걸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사업 참여 전에는 고령자나 아동 등에 비해 청년을 정책적 배려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끼던 참여자들이 청년에 대한 배려를 사회가 승인했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수당이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청년수당 참여자들 스스로 하고 있었다. 한 참여자는 “이렇게 무작정 지원하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이, 왜 이렇게까지 왔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7000명으로 청년수당 지원을 확대한다. 3월과 5월 두 차례로 나눠 대상자를 모집한다. 한국 사회가 이제 막 청년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청년수당이 그 선두에 섰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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